안녕하세요. G걸이에요.
긴긴 겨울이 지나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 달도 안돼 더운 여름이 오겠지요?
해가 갈수록 봄이 짧아져가서 그런가, 올해 봄은 유난히 더 아름답고 포근한 것 같습니다.
내내 밖에서 봄볕을 즐겨도 모자랄 이 시간에 사무실에만, 혹은 집에만 처박혀 있자니 많이 답답하시죠?


저도 그런 차에 반가운 소식이 있어 인사동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인터뷰했던 충북대학교 오송규 교수님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이었죠.
4월 13일 전시회 첫 날 오픈 파티 시간에 맞춰 인사아트센터 제5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인사아트센터는 쌈지길 바로 맞은편에 있는 높은 건물인데요, 각 층이 모두 전시관이어서 한 번의 발걸음만으로 많은 작가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개나리, 벚꽃, 목련이 제각기 색을 뽐내고, 꽃 향기가 정신을 몽롱하게 하던 수요일의 늦은 오후.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맑은 먹빛과 은은한 묵향이 어지럽던 눈과 마음을 가라앉혀주더군요.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수묵-먹빛에 스미다'라는 제목처럼 정말 작품속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시회 오픈 파티를 기다리며, 갤러리를 둘러봤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충북대학교로 내려가 봤던 낯익은 작품들이 낯선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실에서 바닥에 놓여있던 그림으로 볼 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때는 그림 같았다면, 지금은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물론, 전 솔직히 말하면 묵향 짙게 배어나는 작업실이 살짝 그립긴 하더군요.
그 날 인터뷰 이후로 묵향을 워낙 좋아하게 됐거든요.

동양화를 잘 모르는 저였지만, 화선지의 자유분방함과 먹의 다재다능함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물과 먹, 한 장의 화선지가 다인데, 다양한 색채가 나오고 맑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고, 어떤 선은 강하고 거침없고, 어떤 선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 제 마음속에 자리잡더군요. 전 자연스런 번짐이 많았던 작품을 가장 오래 들여다본 것 같습니다.

오픈 파티에는 작가님의 은사님을 비롯해,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숙여지는 많은 동양화 작가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충북대학교 제자들이 모두 찾아와 봄날의 병아리같이 재잘재잘 전시장을 환히 밝혀주었지요.

설령 전시회가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파티가 있다면 멀리라도 다녀오고 싶을만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말, 벚꽃이 절정이라는데요, 인사동 나들이는 어떠세요?
찰나에 이루어지는 작품. 사람의 통제를 넘어서는 자연스러움은 지친 머리와 메마른 마음에도 휴식 같은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사동에 스민 봄도 느껴보고, 먹빛에 스민 묵향에 흠뻑 취해보세요.

지난 13일에 시작한 이번 전시회는 19일 화요일까지 계속됩니다.
전시회 정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