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홍원표
일러스트로 세상를 바꾸다

빅이슈코리아를 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기사는 빅이슈 판매원들의 보금자리인 ‘빅숍(Big Shop)’ 참여를 안내하는 페이지. 특히 상단의 아기자기하고 밝은 일러스트가 눈에 띈다. 빅이슈 판매원에게 따뜻한 쉼터가 될 빅숍을 소개하는 일러스트여서 그런가, 독자에게도 그 그림은 아늑한 침대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가게 빅숍 일러스트의 작가 홍원표를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의자, 빅숍

빅이슈판매원(이하 빅판)들의 가장 큰 고충 가운데 하나는 비바람 막을 차양 하나 없다는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볕이 내리쬐나 꼼짝없이 그 모든 것들을 맞으며 서 있어야 하는 것은 잡지를 파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판매원에게 점포란 사람에게 있어 옷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빅이슈에서는 빅판들이 동절기 및 우천시에 추위와 비를 잠시 피할 수 있도록 판매장소 근처에 빅숍이라는 가게를 지정하고 있다. 빅이슈 판매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점이 빅숍 참여를 원할 경우, 지정하는 시스템이다. 이것 역시 자신이 가진 것을 기부하는 재능기부의 또 다른 형태. 빅숍은 빅판의 물품을 보관해주거나 가능한 경우, 가게 앞에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즉, 빅숍은 빅이슈 판매원에게는 쉴 곳의 의미도 강하다. 빅숍에서 내 주는 것은 의자 하나이지만, 하루 종일 밖에 서서 일하는 빅판에게 그 의자는 사랑이나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빅이슈에서는 빅판의 모집과 함께 매달 빅숍 모집 기사를 게재한다. 그리고 이 36.5도의 따뜻한 그림이 바로 일러스트레이터 홍원표 작가의 작품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

목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멀리서 봐도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유리창과 문에 그려진 많은 캐릭터들이 기자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맞은편 벽에 걸린 커다란 작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8인의 조선왕조가 살았던 처절하고도 슬픈 역사를 밝고 재미있게 표현한 ‘슬픈 전설(Sad Legend)’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을 멍하니 보고 있던 짧은 순간, 수많은 이야기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조선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목소리를 내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재잘재잘 지껄이는 느낌이었다.

창작 작품만이 아니다. 콘셉트가 명확히 정해진 작품에서조차 그의 사전 연구는 예외없다.
“기업 얘기라든지 정보를 전달하는 작품을 의뢰받을 경우, 무조건 원고부터 꼼꼼히 파악합니다. 제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를 그림으로 전달할 수 있겠어요?”
이런 습관 때문일까? 그의 그림에는 스토리가 있다.

동양화의 깊이를 유쾌함으로 승화

여느 작가와는 달리, 그는 남들이 이미 자신의 진로를 완성할 시기인 스물 넷의 나이에 비로소 그림을 그리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제대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죠. 제대 후에, 다시 기초부터 그림을 공부해 미대에 입학했습니다.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쭉 동양화를 전공했죠.”

‘동양화’라는 생소한 단어에 잠시 의아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다시 살펴보니 붓 대신 펜으로 바뀌었을 뿐, 선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감한 스타일이나 여백을 활용하는 것에서 동양화의 특성이 엿보였다.

“모든 그림은 점, 선, 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동양화는 선적인 면이 좀 강하죠. 제 작품에서도 선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은 동양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화에 뿌리를 두어서일까? 그의 일러스트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지만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점 하나 찍고, 획 하나 그어놓은 동양화를 보면서 ‘저런 그림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쉽게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그리면 왠지 억지스러워 보였죠. 이제 알았습니다. 뭔가 깨달음을 얻거나, 마음 속에서 욕심을 깨끗이 비워냈을 때라야 비로소 그런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온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건 일러스트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고요.”

동양화를 전공한 그가 붓을 내리고 펜을 잡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다. 물론 처음에는 동양화 일러스트였지만 여러 일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스타일로 자리잡게 됐다.

물론 지금도 순수 동양화 작품을 그린다. 상당히 많은 인기를 끈, 아이폰 케이스 역시 수묵담채화다. 그는 여전히 화선지에 먹의 번짐을 이용해 그린 그림을 좋아한다.
“동양화 물감이든 수채물감이든 화선지는 제 멋대로 번져버립니다. 그러나 그걸 조절하는 것도 능력이죠.”

왜 번지지 않는 일반 수채화 종이를 쓰지 않느냐는 우문에 그는, “동양화의 매력이 번짐과 거친 선이죠. 전 그런 자연스러운 번짐이 좋습니다.”라고 현답한다. 실제로 그는 채색 작품의 95%는 화선지에 작업하고 있다.

작가임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그라폴리오에서 작가들의 작품으로 디자인 제품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들에게 잘해주세요.”
어떤 의미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덧붙인다.
“음악에 비해 그림 쪽에서의 저작권은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어요. 시장은 점점 축소되는데 작가는 늘어나면서 작가에 대한 처우가 굉장히 낮아졌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작가의 주장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사실 작가조차도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지 않기도 하죠.”

이를테면 작품에 대한 대가로 천 원을 받아야 하는데, 출판사나 기획사나 광고회사가 “500원에 할래 말래?”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계약과정에서 저작권을 송두리째 가져가려고 하기도 한다.

“저는 제 창작작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의견이 있으면 피력하고, 수용할 건 하지만 잘못된 건 단호히 거절합니다. 이건 단순히 제 자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붕괴를 막고, 후배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한 선례가 되기 위한 것입니다. 창작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저작권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의 말 중 이 한 마디가 기자를 건드리고 지나갔다.
“저작권을 포함해, 창작에 적합한 대우를 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노고를 인정하는 또 다른 방법이죠.”

재능기부는 남을 위하고, 나를 위한 것

홍원표 작가는 현재 빅이슈 뿐만이 아니라 굿네이버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해비타트 등에서도 많은 이들을 돕는 일에 사용되고 있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재능기부를 권하고 싶어요. 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기부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기부를 한다는 얘기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인들이 재능기부에 관심을 먼저 가지고 물어올 경우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실제로 그는 ‘The Illu’라는 디자이너 재능기부 단체를 구성했다. 재능기부를 원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다양하고 적합한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아직은 실제 활동보다 생각하고 구상하는 단계”라면서 “곧 The Illu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그라폴리오에서 또 인터뷰를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에게 재능기부란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그러나 홍원표 작가는 대뜸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한 마디 덧붙이기를,
“예전엔 세계에 굶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했어요. 그저 먼나라 얘기였죠.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달라졌습니다. 최근 일본 지진 때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를 보면서 제 아이들이 떠올라서 많이 슬펐습니다.”라고 했다. 그의 말에 바로 정답이 있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이 크든 작든,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바로 재능기부인 것.
“재능기부란 실제로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빅숍 일러스트 제작에 얼마나 걸렸냐고들 물으시는데, 며칠을 꼬박 할애해 작품을 제작하는 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한 번에 여러 작품을 조금씩 완성해 가는 스타일이기에, 제 작품 조금 하고, 의뢰받은 작품 조금 하다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재능기부할 작품 꺼내, 조금 그리는 식이기 때문에 오롯이 재능기부에 시간을 뺏긴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그.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듯이 이제 홍원표 작가는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을 밝히는 것도 즐기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시작하세요. 도전해서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도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후회는 안 할 테니까요.”


PROFILE

홍원표 Hong, won-pyo
서울 출생.
단국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주요작품 <SK T-store 베이비폰CF>, <금호휴그린CF>, <현대카드 CF 시리즈3편 - paydown plan >, <현대카드 CF "행동패턴 편">, <바다로 간 고래바위>, <일본체험사전>, <모리>, <디지털을 이루는 숫자>, <세상을 꾸민 요술쟁이 빛> 등
현재 목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그림책 외 광고, 책표지, 사보 등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tok-tok.co.kr
블로그 http://blog.naver.com/shimpyo
트위터 http://twitter.com/wonpyohong

PORTFOLIO
SK T-store 베이비폰: 아이가 휴대폰을 만졌을 때 다른 작동은 안하고, 터치나 버튼을 누를 때마다 동물이 나와서 소리내는 어플을 소개.

금호휴그린
: 친환경 소재로 창호를 만들어 건강에 안전하다는 내용.

놀이와 예술은 친구 '상자놀이터'
: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상자를 가지고 놀자. 예술은 우리 곁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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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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