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는 것이며, 그 반대의 과정인 엔트로피의 감소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세상은 점점 무질서해 간다는 것.

그러나 여기 ‘엔트로피를 복원’하려는 이들이 모였습니다.
홍대 상상마당 근처에 있는 두성갤러리에서 ‘엔트로피의 복원’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재활용디자인 전시회. 이번 전시회는 국민대 디자인 대학원 그린디자인전공생들이 참여했으며, 지도교수인 윤호섭, 손찬 교수님의 작품도 같이 전시됐죠.
이들은 현대사회에서 디자이너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한 견해를 보여주기 위해 다각적인 방향으로 연구 및 작업들을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계획적 폐기물(planned obsolescence)로 넘쳐나는 시대에 사물을 재인식, 재해석해 단순히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재를 작품에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관람자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삭 줍는 사람>의 김성현 작가님이 지킴이로 계시면서, 친절히 한 작품 한 작품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어릴 적 그림일기를 엽서로 제작해 선물이라며 건네기도 하셨죠.<이미지 #1, 2>

두성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3월 23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들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더해 4월 2일부터 7월 3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공존을 위한 균형'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전시되니 꼭 한번 찾아가보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3> 재활용 옷걸이 디자인(A recycled clothes rack)
손찬 교수님의 작품인 스탠드 옷걸이의 재료는 일상에서 자주 쓰고 버리는 세탁소 옷걸이와 철근입니다. 게다가 콘크리트까지 거친 질료가 모두 모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이미지 #4> 테잎 공(Tape ball)
이번 전시회의 지도교수이기도 한 윤호섭 교수님의 작품입니다. 집, 사무실, 작업실 등에서 7년 동안 버려지는 테이프를 모아 만든 공이죠. 앞으로도 계속 자라날 예정인 공. 단 한 사람이 모은 것인데도 저만큼의 양이 된다면, 대체 우리가 버리는 테이프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그 재질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일입니다.

<이미지 #5> 추억의 바람이 불다 : Reborn(Blow the wind of memories : Reborn)
저희 집에도 많습니다. 듣고 싶어도 플레이어조차 없는 카세트 테이프. 그러나 더 이상 음악을 연주해 내지 못하는 카세트 테이프는 땅에는 썩지 않는 쓰레기일 뿐이죠. 그러나 이 테이프로 작품을 만드니, 마치 추억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이미지 #6> 이삭 줍는 사람들(The gleaners)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그림입니다.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사진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또 자세히 보니 작은 사진들은 모두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엔트로피의 복원 아닐까요? 자원의 순환.

<이미지 #7> 폐어망에 갇힌 바다(Sea is trapped with wasted fishing net)
폐어망은 한국 바다의 상징인 귀신고래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귀신고래는 물론, 수많은 생물들이 폐어망에 걸려있어요. 심지어 인간조차도.
지구의 생태계는 모두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바다 오염은 비단 바다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죠.

<이미지 #8> 빙하가 녹는 만큼 북극곰과 펭귄도 사라진다(Save the Polar Bear, Save the Penguin)
지금처럼 지구가 더워진다면 50년 뒤에는 북극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답니다. 헌 옷으로 만든 북극곰과 펭귄 인형을 보며 다시 한 번 지구 온난화의 심각함을 떠올려봅니다.

<이미지 #9> 펭귄 타워(Penguin Tower)
남극의 펭귄들이 서로를 딛고 올라서 목말을 타고 있습니다. 귀엽다고 웃을 일이 아닙니다. 빙하가 녹아없어지면서 위태위태한 펭귄들의 모습 속에 인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았거든요.

<이미지 #10> 재활용 천을 이용한 모듈소파(Module couch with recycled cloth)
버려진 침구와 커튼 등 자투리 천으로 만든 소파. 특히 자유자재로 모양을 변형할 수 있어 자원 절약의 의미도 있답니다. 좁은 집에 이런 작품 하나쯤 있다면 정말 유용할 것 같죠?

<이미지 #11> 새 만들기(birds)
실, 비닐, 돌멩이, 천, 종이, 나뭇가지, 나뭇잎 조각들을 주워 모아 새를 만들었네요.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오히려 아름다운 생명이 피어났네요.

<이미지 #12> 박쥐의 귀소(Homing of bats)
박쥐 한 마리는 하룻밤에 3,000~5,000마리의 모기를 잡아먹고, 배설물인 '구아노'는 고급 비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낯선 동물이지만 박쥐는 꼭 보호해야 할 동물의 하나.
고사목으로 제작된 통나무 벌집통을 박쥐집으로 재사용하는 것도 박쥐를 보호하는 한 방법이라네요. 특히 이번 전시된 박쥐집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실제 박쥐집으로 설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13> 폐차를 재활용한 벤치(Bench made from scrapped vehicles)
폐차되는 차량의 부속품을 활용해 아름다운 벤치를 만들었네요. 차의 범퍼와 휠, 보닛 등을 크게 손보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는데요, 상당히 아름다운 벤치입니다.

<이미지 #14> 새로운 빛(Neo Light)
우리가 불을 켜기 위해 사용하는 멀티탭에 불이 켜집니다. 그런데, 전기 스탠드가 아니라 작은 초가 빛을 발하고 있네요. 멀티탭에 콘센트 대신 초를 올려놓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저한테는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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