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미소를 만드는 치과 원장/카페 이누 대표
소셜 시대의 Dr. 휴머니스트

홍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고르라면 당연히 즐비한 카페들이다. 글로벌 물량공세를 펼치는 거대 커피전문점들도 홍대의 아기자기한 카페들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카페가 있다. 왠지 무섭고 드나들기 쉽지 않은, 치과 위에 있는 카페 이누. 말로만 들어도 상당한 부조화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일까?

홍대에서 가장 향기 좋은 치과
서교동 398-16번지에는 마당이 있는 예쁜 단독주택을 살려 지은 건물이 한 채 있다. 1층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자리해 있고, 3층에는 넓은 테라스를 가진 카페가 있다. 그런데 2층에는, 생뚱맞게도 치과가 있다.

고구마를 구워먹고 싶은 따뜻한 벽난로와 우리집 거실 같은 넓은 소파. 카페의 인테리어 얘기가 아니다. 바로 2층 병원의 모습이다. 진료실은 통유리로 돼 넓은 정원이 내다보이고, 대기실에는 갤러리에서나 쓰는 스팟등을 달아놓고 누구의 작품이든 받아들일 준비를 해 놓고 있다. 치과의 중앙에 심겨진 나무는 천장을 뚫고 올라가 카페의 한 가운데에 풍성한 잎과 가지를 뻗치고 있다.

이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의 인테리어를 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 병원의 원장인 박창진 박사다. 박창진 원장은 1999년 12월에 무악재 근처에 ‘미소를 만드는 치과’를 개원했다. 당시 병원의 모습이나 이름은 전부 천편일률적이었다. ‘김치과’, ‘박치과’라는 딱딱한 이름과 흰색 인테리어.

“‘미소를 만드는 치과’라는 이름조차 당시에는 주변에서 병원 이름답지 못하다고 반대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HI 즉, 병원 CI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박 원장은 병원의 CI를 직접 만들었다.

사실 종합병원 레지던트 시절부터 꾸준히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해 오다보니, 이미 포토샵, 일러스트, 플래시, 드림위버 실력이 웬만한 웹디자이너를 능가한다고. 그렇게 병원 CI를 만드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웹디자인에 흥미를 갖고, 기어이 디자인 에이전시를 설립하는 데에 이르렀다.

병원 인테리어를 구상하다 건축 사무소를 낸 것도 그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당시에는 병원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병원의 모습을 도면으로 그렸죠. 실내건축가를 불러 직접 그린 도면 등을 보여주며 제가 거꾸로 브리핑했는데요, 그 분이 자기가 갖고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며 놀라더라고요. 사용자에겐 기능적이고 방문자에겐 편안한 공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사업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편으로 치과에서 환자에게 보다 많은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치료과정을 동영상화해 전체 과정을 쉽게 보여주는 거부감없이 손쉽게 설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2년 그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여러 치과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결론이겠지만 3D 작업 역시도 그의 직업이 돼 버렸다.

지난해까지 그 모든 일들을 계속해 오다가 바빠져서 사업체 운영을 그만뒀지만, 손을 대는 것은 무엇이든 최고의 경지까지 해내고야 마는 그야말로 미다스의 능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난 해 이곳 홍대에 안착할 때 그의 능력과 철학은 백분 발휘된다.

“언제나 제 머릿속엔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 병원 같지 않은 병원. 우리집처럼 편하고 따뜻한 병원.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놀러오듯 정기검진을 받으러 올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병원.” 지금의 미소를 만드는 치과는 일반 단독주택을 병원으로 개조한 것이다. 아니 건물은 거의 새로 지은 게 맞지만, 일반 주택의 따스함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다.

저는 치아가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입니다.
이렇게 카페 이누와 미소를 만드는 치과가 문을 열었다. 치과의 기분 나쁜 기계음과 카페의 음악의 조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지만, 달콤한 카페 음료의 향과 치과의 강한 소독약 냄새 역시 도무지 매치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공간은 하나로 이어져있다. 가만 보면, 콘셉트도 비슷하다. 다행인 것은 카페가 치과 이미지로 자리잡지 않고, 치과가 카페처럼 구성된 것.

박 원장은 “사람들은 대부분 치과를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죠. 드르르륵 소리도 싫고, 야릇한 소독약 냄새도 싫어하죠. 그리고 뭔지 잘 알지도 못한 채 수없이 깨지는 돈도 문제죠.” 그 말에 새삼 주위를 둘러보니 달랐다. 치과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생각하던 치과가 아닌 카페에서 인터뷰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제가 원하는 치과의 모습은 정기검진을 하는 곳입니다. 그러려면 치과의 문턱이 낮고 편히 놀러올 수 있어야죠. 대기실은 거실처럼, 진료실은 가고 싶은 분위기, 그리고 흔히 나는 치과 냄새도 안 났으면 했죠. 치과도 충분히 추억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 오랜기간 치과의사를 하시다 은퇴하신 분이다. ‘치과의사는 치아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치아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다’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철칙으로 삼는 만큼, 그는 내방객을 환자가 아닌 ‘치료받으러 오신 분’이라 부른다. 그리고 마주앉아서 환자의 입안과 치아 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다. 때문에 한 명과 상담시간이 30분은 기본이고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일쑤다. “치료라는 게 치료행위 뿐 아니라, 치료 과정, 목표 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서로 이해하고 납득해야 걱정이나 의심 없이 잘 진행되기에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합니다.”


카페에서 건강 찾기
건강한 병원과 공존하는 카페라 하는 얘기가 아니다. 3층에 자리한 카페 이누는 그 자체로도 웰빙카페라는 이름을 내걸기에 손색이 없다. 100% 홈메이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음료는 건강함만 가득 담았다. 레몬에이드에는 진짜 레몬을 갈아넣고, 설탕 대신 유기농 아가베 시럽을 넣는다. 게다가 홍시 요거트, 단호박 주스, 파프리카 주스 등 건강에 좋은 재료들을 활용해 맛있는 음료로 개발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자연과 친한 유기농은 동물에게도 다르지 않게 적용된다. 이누는 일본어로 ‘개’라는 의미. 그래서 이누는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들이 환영받는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니 예의바른 반려동물만이 올 수 있습니다.”
한자로 인우(人友)라고 풀이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사귐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으며, 'In-us'의 뜻도 담았다.

이누엔 특별한 공간이 많다. 넓은 테라스도 그렇고, 책이 가득한 세미나실도 독특하며, 4층에 숨겨져 있는 조그만 다락방도 이누만의 색이 배어있다. “카페에 서재를 만들어 세미나실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는 스피커도 없고, 조명도 최대한으로 밝혀놨죠. 그리고 스팟조명을 달아서 전시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홀에 있는 진열장은 작은 소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을 위해 소규모 창작 전시 공간으로 비워뒀습니다. 자신이 만든 물건을 갖고 와 팔 수 있게 공간 대여를 하는 것이죠.”


원장님의 미친 짓(?)
1996년 즈음. 교정과 레지던트였던 박 원장은 국내 치과 정보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혼자 뚝딱거려 만든 페이지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치과 홈페이지가 됐다. “웹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그렇게 축적된 자료들이 어느 순간 여기저기로 복사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홈페이지에서, 카페로, 다시 블로그로, SNS로 옮겨다니며 환자들과 소통해오고 있다.

그리고 박창진 원장은 현재 ‘Feminist’라는 닉네임으로 미투데이를 비롯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은 미투데이. 그러다 보니 미투데이를 통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시도해보곤 한다. 지난 해 3~4월에는 머그컵 이벤트를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1회용 컵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댓글로 달면 머그컵을 제작해 보내주는 것이었다. 참여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취지도 좋아서인지 상당히 많은 이들이 다짐을 했고, 약 200여 개의 머그컵을 보내줬다.



 6~7월에는 '생각의 전환, 실천'이라는 테마로 목표 이루기 이벤트를 했다. 앞으로 100일 동안 자기가 어떤 하나의 목표를 세워 매일매일 일정금액을 모으는 것이다. 그러면 박창진 원장은 같은 기간 하루에 1만 원씩을 모아,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목표를 달성한 사람에게 상금으로 그 돈을 주는 형식이었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물론 중도 실패율이 높았지만, 박 원장은 끝까지 성공한 이들에게 약속을 지켰다.

카페 이누의 세미나실은 서재나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연중 북크로싱을 진행 중이다. 북크로싱은 자신의 책 두 권을 가져와 기증하면 서재에 있는 책 중 한 권을 골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돌려읽으면 지식의 공유는 물론, 자원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서를 구입하는 일을 이벤트와 연계했다. “카페에 도서를 구입하는데, 그냥 무조건 사는 것 보다 누군가 읽고 싶은 책을 사서 한 명이라도 먼저 읽으면 좋잖아요.” 미투데이에서 읽기 원하는 도서를 댓글르 남기면, 그것을 미투데이 친구에게 보내준다. 책을 받은 사람은 2주 동안 그 책을 읽고, 카페에 가지고 오거나 보내면 된다. 특히 이번 이벤트에서는 박경리의 <토지> 전 21권을 희망한 사람이 있어 그것도 모두 사 보냈다.

그리고 봄이 오면, 카페 앞마당에 스크린을 걸어놓고 야외 영화상영을 할 생각도 있고, 인디밴드의 공연을 개최할 마음도 있다. 그는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마음속에 가득 품고, 눈이 녹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제 카페 이누는 단순한 찻집이 아닌, 커뮤니티 스페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함께 살기
이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이외에도 그는 세상의 모든 생명들과 관계를 찾기 시작했다. 5년 전 작게 해오던 자원봉사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서, 동물보조치료를 하는 KSHAB(Korean Society of Human Animal Bond) 협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곳 치과를 지으면서 치과 한 켠에 동물훈련실 겸 사무실도 마련했다. 동물보조치료는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심리치료법이다. 심리치료로 놀이나 미술치료를 하듯이, 동물과 노는 것이다. 개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상자의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기능이 향상되고 마음이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치료보조견의 교육과 훈련도 관심을 갖게 되고 클리커트레이닝 센터(KCTC)라는 것을 설립해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체벌과 강압으로 하는 훈련이 아니라, 소통과 칭찬을 통해 개에게는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보호자에게는 개를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거가 그의 목표다.

“올해부터는 맹인안내견 훈련도 시작하기로 했어요.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유일하다보니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맹인안내견 한 마리 훈련 비용은 억 단위를 넘어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다. 사랑이 있는 세상, 아름다운 동행을 이정표 삼아 길을 가기 때문이다. ‘내가 가면 길이다’라는 그의 좌우명이 새삼스럽지 않다.

하늘과 바다는 흔히 상반을 상징하지만, 물안개 피어날 때나 노을이 바닷물 속으로 젖어들 때면 둘은 한 몸 같다. 바로 이 물안개와 노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둘을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이며 전환이다. 박창진 원장 덕에 이제 우리는 카페와 치과가 어울릴 수 있고, 사람과 동물이 평등하며, 의사와 친구가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오늘도 치과에 차 마시러 간다.

박창진
치과교정 전문의/치의학 박사 미소를 만드는 치과 대표원장
Orthodontic Specialist C.J.Park.D.M.D.,M.S.D.,Ph.D.
한국 HAB 협회(KSHAB) 회장
President C.J.Park. Korean Society of Human Animal bond
한국 클리커 트레이닝 센터(KCTC) 대표
CEO Korean Clicker Training Center
커뮤니티 스페이스 이누 대표
CEO Eco-Naturtal Cafe I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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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HAB 협회(KOREAN SOCIETY OF HUMAN ANIMAL BOND)

박창진 박사가 창립한 ‘KSHAB(이하 한국HAB협회)’는 이름처럼 사람과 동물의 올바른 유대관계(HAB)를 생각하는 모임이다. 애견의 사회화와 기초적훈련, 견주교육, 동물매개활동과 치료를 통한 사회봉사를 목표로, 목줄이나 체벌 등의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인도적 반려동물 교육을 가르치고 진행한다. 또한 여기서 잘 훈련된 개들은 동물보조활동의 일환으로 보육원 등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레크리에이션에 참여시키거나, 심리치료의 한 방법인 동물보조치료견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한국 HAB 협회 싸이월드 클럽 http://club.cyworld.com/dogisdog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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