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 가장 큰 이야기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 <원스(Once)>.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혹시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판매하는 잡지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남자 주인공에게 다가가 잡지 한 권을 사라며 내미는 그 잡지. 바로 빅이슈(Big Issue)다.


 지난해 7월 5일에 창간된 빅이슈를 이제는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1991년에 영국에서 창간돼, 전 세계 35개국 도시에 판매되는 빅이슈가 한국에도 들어온 것.
무엇이 이 잡지를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지 EBS에서 제작한 짤막한 동영상을 먼저 보자.



빅이슈의 판매권한은 오직 노숙인에게만 있으며, 판매처는 길거리다.
‘Working Net Begging’이라는 캐치 프라이즈처럼 홈리스의 가능성을 믿고,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잡지다.

노숙인이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이 되면 맨 처음 3,000원 짜리 잡지 10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판매한다. 그리고 그 판매 수익을 종자돈으로 빅이슈를 권당 1,400원에 사서 판매한다. 즉, 한 권을 판매하면 1,600원의 수익금을 얻는 셈. 그렇게 15일 간 꾸준한 활동을 한 판매원에게는 한달간 고시원을 제공하고, 6개월간 고시원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꾸준히 저축하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경우에는 주거복지재단을 통해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물론 아무나 빅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숙인이 아닌 당당한 판매원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는 빅판의 수칙에서도 잘 드러난다.


빅판 수칙
1. 배정받은 장소에서만 판매합니다.
2. 빅이슈 ID 카드와 복장을 착용하고 판매합니다.
3. 빅판으로 일하는 동안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듭니다.
4. 술을 마시고 빅이슈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5. 흡연 중 빅이슈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6. 판매 중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자리 잡습니다.
7. 우리 이웃인 길거리 노점상 등과 다투지 않고 협조합니다.
8. 빅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빅이슈만 판매합니다.
9. 긴급상황 시 반드시 빅이슈로 연락합니다(시비, 다툼, 폭행, 판매지 이동요구, 건강이상).
10.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합니다.

즉, 빅이슈는 빅판이 잡지를 판매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빅판 활동을 하는 동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이웃과 친구를 다시 만들어 관계맺고 소통활 수 있다.

해외 빅이슈나 우리나라 빅이슈를 보면 알겠지만 표지 모델이 상당히 유명한 스타들. 실제로 데이비드 베컴, 마돈나, 폴 메카트니, 조니 뎁 등이 표지 모델이 됐으며 이들은 모두 무료로 촬영에 임했다.
유명 셀러브리티 뿐만이 아니다. 글 쓰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기사’를,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시간이나 체력으로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빅돔(빅판 도우미)’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홈리스에 대한 동정심에서 잡지를 사는 것이 아닌, 정말 재미있어서 독자들이 사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재능기부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만큼 빅이슈는 볼 거리,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때문에 빅판에게 돈만 주고, 잡지를 안 받아가거나, 거스름돈을 받아가지 않는 일은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빅판들의 당부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역에서 하루 8시간씩 잡지를 판매하는 용기있는 빅판 뒤에는,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좋은 일에 기꺼이 베푸는 수많은 재능기부자가 있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