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걸이에요. 3월 봄바람이 참 차고 매섭지요? 하지만 3월에 거센 바람이 불어야 바람을 매개로 수정하는 수많은 풍매화(風媒花)들이 꽃을 피울 수 있답니다. 그러니 우리 이 바람을 조금은 참고 견디어주자고요. 어떠세요? 이젠 바람이 좀 포근하고 향긋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오늘은 전시회에 대한 소개와 기대평을 올리려고 왔습니다. 근래 그라폴리오를 방문해보신 분들은 ‘Weekly Portfolio’ 섹션에서 아주 특별한 작품을 만나셨을 겁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주변의 사물과 환경을 찍은 사진이지만, 아무나 하지 못한 독특한 해석을 덧붙인 작품. 사진이라기도, 그림이라기도 부르기 애매한 흑백 사진과 중간중간 자신의 존재를 외치듯 빛을 내는 컬러 실루엣 말이죠. 어느 날 갑자기, 그라폴리오에 등장한 itti2013님의 새로움에 저희 에디터들도 한참을 이야기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이후, 다른 분의 인터뷰 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하게 되고, 저의 부끄러운 카메라를 작가님께 맡겨 인터뷰이 사진을 직접 찍어주시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itti2013, 즉 손준영 작가님의 전시회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림자 같은 실루엣을 검게, 그리고 사물에는 색을 입혀 표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우리에게 손준영 작가의 작품은 세상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누구나 보는, 아무나 보지 못하는”이라는 전시회의 제목이 그래서 더 기대하게 합니다. 그의 전시회 <Renewal>에서 그 동안 못 보고 살았던 어떤 것을 또 보게 될지....

전시회 소식을 전하는 그의 편지에 함께 온 글이 아름다워 여기 그대로 올려봅니다.



Untitled(unicorn)_80cmx12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1




Untitled(comb)_80cmx8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1

<전시개요>

전시제목: 손준영전_ <Renewal : 누구나 보는, 아무나 보지 못하는>
전시장소: 갤러리 룩스(02-720-8488)
관람시간: 평일 10:00~19:00 / 공휴일 11:00~19:00 / 마지막날 화요일은 낮12시까지
전시기간: 2011.4.6(수) - 4.12(화)
갤러리 룩스 위치 (www.gallerylux.net)



Renewal
글: 전소영

Hello! 진지한 피터 팬(Serious Peter Pan)

한 사진을 ‘바라보는’ 여자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가의 뷰파인더 속에 정지해 있는 시간, 그 사진을 보느라 자신의 시간을 정지시킨 여자.
사진과 그녀, 혹은 그와 그녀, 그들의 이야기, 너무나 사적이어서 은밀하기까진 한,
말없는 말들이, 이야기되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전시실을 떠다닌다.
켜켜이 쌓여있는 시간이 침묵으로 존재하는 곳, 그 적막한 심해를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그렇게 떠다닌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 사진과 그녀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장면이다.
이것이 ‘사진을 보다’라는 행위의 개인적인 정서이다.

그의 사진 앞에 선다.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그 안에 있다.
너무나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
당연히, 마땅히 그러하게 존재하여 시시하고, 시시해서
흑백으로 찍히기 이전에 이미 흑백이었던 존재들이 말을 건다. 안녕?
잠깐 머쓱해진다.
그 흑백의 존재들 위로 해사(解事)한 색들이 떠오른다.
이번엔 색깔들이 다시 나에게 말은 건다. 안녕?
잠깐 쑥스러워진다.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이런 색들이야?
예쁘잖아...

그의 대답이 너무나 산뜻해 웃었다.
왜 라고 물었을 때, 사진을 찍는 성인이 된 남자의 입에서,
프로이트와 융이 참견하지 않고, 현대미학과 방법론이 끼어들지 않고,
소년과 남자의 경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 4음절이 튀어나왔을 때 나는,
참 듣기 좋았다. 그리고 또 한 번 보기 좋았다.

그는 아침이면 일어나 카메라를 메고 나가 세상을 걸어 다니는 성실한 남자이다.
그는 당연함, 시시함, 무가치함이란 이름의 존재들에게 렌즈를 들이대는 진지한 남자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들에게 해사(解事)한 색을 입혀주고 싶어 하는 소년 같은 남자이다.

즐거웠어.
진지한 피터 팬(serious Peter Pan) 당신과의 이야기.
아니 사진들과의 이야기.



Untitled(little balls)_80cmx8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1




Untitled(line)_80cmx8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1




Untitled(bus station)_80cmx8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1

<작가약력>
손준영
1982년생

계명 대학교 사진디자인전공
국민대 디자인 대학원 사진영상전공 재학중

2011 Renewal 갤러리 룩스
2010 Breathing House 키미아트 갤러리
2009 Cube 100인전 갤러리 빔
2007 젊은 작가 Out door 미술전 경주
The borderland between Reality and Desire 3 인전 대안공간 싹
중국 천진 문화 교류전 중국 천진대학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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